조용필 2집은 팬들 사이에서도 좀 아쉬운 앨범으로 통하는 느낌이다. (인터뷰나 자료를 보면 조용필 자신도 그렇게 느끼는 것 같다).
무엇보다 이 앨범이 발매된 시기가 아쉽다. 발매(제작) 일자가 1980년 12월 5일로 나오는데, 1980년 봄에 발표한 1집의 초대박 히트로 기대감이 폭발했을 때였는데, 굳이 한 해가 다 넘어가는 12월 초에 새 앨범을 내다니...
조금 여유를 가지고 그 다음 해 봄 즈음에 나와도 됐을 텐데 레코드사의 초조함과 압력의 결과였을 것이다.
그래서인지, 1집의 수록곡 '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'와 '슬픈 미소'가 새로운 녹음이 아닌 이전 녹음으로 그대로 재수록되는 어이없는 일이 생겼다. 곡 수가 부족했다면 카네키홀 공연 기념 음반이라고 표제를 달았으니 그 공연의 라이브 실황이라도 수록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...도 생각했지만 그 공연 실황 녹음 자체를 분실했다는 글을 본 것 같기도 하다.
그래도 2집은 '촛불'이 있으니 괜찮아... 이렇게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?
'촛불'이야말로 대중가요의 정석이자 표본인 곡! 조용필이 라이브로 이 '촛불'을 마지막으로 부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, 몇 년전 까지만 해도 나는 공연에서 '촛불'의 그 가슴 벅찬 전주가 흘러나오기를 기대한 적이 많았다.
그러나 끄... 끝내 '촛불'의 전주는 흘러나오지 않았다. 그래도 괜찮다. 그가 공연에서 선곡을 하지 않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. (그래서 '촛불'의 라이브 영상을 그냥 찾아 보고 듣는다.)
내가 가수 조용필을 처음 인식한 것은 '촛불'로 활동하던 시기였을 것이다.
어느 날 '촛불'을 열창하는 한 가수를 TV에서 보았는데 그때는 아마도 흑백 텔레비전이었다. 그대는 왜 촛불을 키셨나요~ 라고 질문을 던지는 가사에 어린 꼬마들이 정전이니까... 이렇게 지극히 그 또래 나이에 맞는 유치한 대답으로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.
2집의 LP 버전은 많지 않다. TBC 세계가요제 금상 수상 기념 띠지 버전과 금성사 로고 사은품 버전이 있는데, 나에게는 아직 없다.
▣ 조용필 2집 / 지구레코드 / 1989.12.05

- 미국 카네기홀 공연 기념 음반 조용필 VOL 2. 만약 조용필의 앨범 재킷 호감도 순위를 매긴다면 아마도 이 2집 재킷이 꼴찌를 하지 않을까?
카네기 홀의 객석을 배경으로 선글라스를 낀 조용필이 요상한 디자인의 조끼를 입고 너무나도 긴 마이크 줄을 잡고 노래를 하는 모습이 '얹혀져' 있다. 카네기 홀 무대 사진이라도 썼다면 좋았을 것을... (머리도 미국에 가 있는 동안 너무 길어 있다. 긴 머리가 안 어울리는 스타일은 아닌데, 이 모습은 그냥 길기만 한 느낌?)

- 2집 재킷 뒷면. 타이틀 곡이 '촛불'인 만큼 타오르는 '촛불'들이 배경이다. 사실 재킷 앞면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. 왼쪽 밑 사진도 훨 낫다. 각 면의 마지막 곡으로 '단발머리' 경음악으로, 건전가요 '산마을'이 합창단의 노래로 수록되었다.
오랜만에 이렇게 2집의 수록곡을 찬찬히 보니 2집에도 좋은 곡들이 많았음을 새삼 느낀다.
한 앨범에 '촛불' '간양록' '잊기로 했네'... 이렇게 좋은 곡이 3곡이나 들어 있으면 괜찮은 거 아닌가? 게다가 '촛불'과 '간양록'은 그냥 좋은 곡의 수준을 넘어서는 곡이니... (2집도 더 아껴야겠다)

- 2집 레코드판 SIDE A. 저 진지한 서체를 보라! 여기서 특이한 점은 레코드판에 작사, 작곡자 표기까지 다 넣었다는 것. 복잡해보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친절한 레코드판이다. 아마도 이런 친절한 표기는 2집이 유일할 것이다.
6번 트랙으로 수록된 '단발머리' 경음악은 1집 '단발머리'의 오리지널 반주인지는 지금은 확실하지 않다. 오랜만에 LP를 들어봐야겠다.

- 2집 레코드판 SIDE B. 이 시절 조용필이 가성을 많이 썼는데 '잊기로 했네'의 시작 부분 가성이 참 좋다. 그리고 바로 시작되는 '나 그대 알 수가 없네~' 예쁜 멜로디... 그리고 다시 중간에 가성...
B면에 김영광 작곡이 4곡이나 있다. 잊고 있었는데 친절한 레코드판 덕분에 다시 확인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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